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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치매 환자의 보호자는 누가 지키나
관리자
2012-10-08 오전 1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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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백병원 신경과 박진세 교수
흔히 병에 걸리면 투병하는 환자가 안타깝기 마련이다. 하지만 환자보다 보호자의 어깨를 쓸어주고 싶은 질병이 있다. 바로 치매다.
 
어떤 종류의 증상을 보이든 환자뿐 아니라 가족, 보호자 등 주변인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치매다.
 
실제 외래에서 만나는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은 대부분 환자의 증상으로 인해 본인이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토로한다.
 
얼마전 흥미 있는 조사 결과를 접했다. 대한치매학회가 치매 환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장애로 인해 조사 대상자 100명 중 80명 가까이가 간병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말도 못하게 많이 받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 아내인데, 나 말고 누가 보살피겠어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팔순의 노인이 한숨과 함께 내뱉는 말은 흔히 듣는 넋두리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란 전화를 걸거나, 물건을 고르고 정확한 액수의 돈을 지불하는 행위,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하는 곳에 가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내 이름과 나이도, 내 가족 얼굴도 잊어버리는 기억력장애만 생각하기 쉬우나, 엄밀히 정의하자면 인지기능장애로 인해 이러한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장애를 가지게 되면 비로소 ''''치매''''로 진단한다.
 
치매는 예전부터 노망이라 불리며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의학의 많은 발달로 치매의 조기 검진이 가능해졌으며 초기의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꾸준한 일상생활 수행능력 개선 치료를 통해 치매 극복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한 70대 노인은 이름도 쓰지 못했던 상태에서 1년여의 꾸준한 치료를 통해 제사 때 쓰이는 지방을 손수 쓸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치매 환자는 현재 10% 수준에서, 점차 그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만큼 치매도 조기 검진,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므로 홍보 및 교육이 절실하다.
 
한 가정에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주된 보호자는 물론 함께 사는 가족, 출가한 자녀들까지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지게 된다.
 
치매 환자는 약으로, 재활치료로 치료한다고 하지만, 보호자의 아픈 가슴, 굽은 허리, 지속된 우울증은 누가 치료할 것인가.
 
한 명의 치매환자로 인해 건강한 가정이 병들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 할 때이다.
 
[기사출처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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