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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조선일보 [사설2] 78년 해로(偕老)를 동반자살로 몰고 간 치매
관리자
2004-12-02 오후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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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 78년 해로(偕老)를 동반자살로 몰고 간 치매

입력 : 2004.10.07 18:20 30' / 수정 : 2004.10.07 21:29 44'


92세 노인이 치매에 걸린 93세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목을 매 자살했다. 노인은 꼬깃꼬깃 모은 장례비 250만원과 함께 자식들에 남긴 유서에서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고 했다. 그가 아내의 목을 누를 때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헤아려 보기도 힘들다. 마지막 길을 함께 가는 것으로 부부의 연(緣)을 놓지 않으려 한 몸부림이 가슴 아픈 한편으로 부부를 막다른 길로 몰고 간 치매라는 질병의 무서움에 새삼 질리게 된다. 부부의 78년 금실로도, 서로 모시겠다고 했다는 7남매의 효심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병이 치매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의 8.3%, 35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2010년에는 8.6% 46만명, 2020년에는 9% 57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집안에 치매환자를 두고도 숨기는 가족 심리 등을 감안하면 실제 치매노인은 훨씬 많을 것이다. 10가구 중 1가구가 치매에 관련돼 있고, 2020년에는 5가구에 1가구꼴이 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가족들이 환자를 수발하며 돈과 인내를 바닥내는 사이 만신창이로 파괴돼 가는 가정이 부지기수인 것이다.


핵가족과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면서 그나마 치매노인을 보살필 가정의 여력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형편은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치매나 중풍 등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 60만명 가운데 복지시설이 수용하는 사람은 2%에 불과하다. 치매는 더 이상 가정에 미뤄둘 수 없는 국가적 문제다. 그러나 정부는 치매·중풍 간병비 등을 별도로 보장해주는 노인요양보험의 추진 시기를 2007년에서 2010년으로 오히려 늦췄다. 요양보험을 앞당기는 노력을 기울이고, 요양보험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기존 건강보험에서 광범하게 보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2007년이면 중증 노인의 요양·보호에만 2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결국은 돈이 문제지만 예산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서라도 힘든 시대를 살았던 노인들이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마지막 날을 맞을 수 있도록 애를 쓰는 것이 나라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