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사업
보도자료 <기사> 국민일보 "[사설] 90대 노인 부부의 죽음 "
관리자
2004-12-02 오후 12:50:00
2255
[사설] 90대 노인 부부의 죽음 
기사입력 : 2004.10.07, 17:58   

92세 노인이 치매 걸린 한 살 위의 아내를 극진히 간병해오다 숨지게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순애보’는 이 땅의 부모와 자식들 마음을 한없이 착잡하게 만든다. 넉넉잖은 맞벌이 아들 부부에게 짐이 된 것을 비관해 병 수발 1년 만에 동반 죽음을 선택한 것에 그저 말문이 막힌다. 애도와 함께 유족에게 위로를 드린다.

노인 부부의 남달랐던 자식 배려와 더불어 7남매의 효심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30년 전 농사일을 접고 상경한 부부가 서로 모시려는 자식들의 설득을 마다하고 따로 살다가 3년 전에야 막내 아들의 소원을 받아들여 한 집에서 지냈다는 것은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린다. 노인은 푼푼이 모은 250만원을 장례비로 남겨놓기까지 했다.
두 노인의 죽음에 가슴이 저미는 이유는 더 있다. 그것이 개개인은 물론 우리 국가사회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두 노인은 78년을 해로한 데다 금실 좋기로도 소문났고,7남매의 효심 또한 요즘 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아니할 말로 복 받은 인생을 살았다. 거기에 못 미치는 삶이 더 부지기수라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5만여명이 치매를 앓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른 뇌질환자까지 합치면 62만명이 넘고,그 증가 속도는 고령사회가 가까워지면서 더 빨라질 것이 뻔하다. 이런 데도 전국적으로 223개 노인요양시설에 16000여명이 수용돼 있을 뿐이다. 약 30만명의 독거 노인 문제는 별개다.

이 정도면 복지를 말할 자격이 없다. 대부분의 노인성 질환은 간병이 필요한 만큼 그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정부는 2007년으로 잡힌 노인요양보장제 등의 연기를 검토할 게 아니라 앞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공약 1.5∼2%는 고사하고 0.34% 노인복지예산을 1%까지라도 서둘러 끌어올리기 바란다. 국가는 병든 사람과 그 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고,오래 사는 것이 ‘죄’가 되지 않게 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