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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국민일보 "자식에 부담되기 싫어…90대 노인 치매 아내 살해하고 자살 "
관리자
2004-12-02 오후 1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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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부담되기 싫어…90대 노인 치매 아내 살해하고 자살 
기사입력 : 2004.10.06, 18:35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90대 노인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비관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뒤따라 목을 맸다.

5일 오후 7시쯤 서울 오류동 D아파트의 막내아들 집에 머물던 허모(92)씨가 아내 엄모(93)씨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했다.
아들 허모(50)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처럼 문안인사를 드리려했는데 문이 잠겨 있어 불길한 예감에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보니 아버지가 어머니 곁에서 목을 맨 채로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전북 익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키워낸 허씨가 농사일을 접고 아들,딸들이 사는 서울로 이사온 것은 30여년전. 서로 “내가 모시겠다”며 7남매가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끝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싫어한 허씨는 가양동에 따로 집을 마련해 아내와 함께 살면서 자식들을 가까이서 보는 낙으로 살았다.

자식들이 주는 생활비를 마다하고 버려진 폐지와 고물을 주워 용돈을 마련해온 허씨는 3년전 막내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해 막내아들의 집으로 옮겨왔다. 허씨 부부는 동네에서도 금슬 좋기로 소문나 항상 함께 다녔지만 지난해 가을 아내 엄씨가 치매증상을 보이면서 점차 팔다리를 쓰지 못해 허씨가 집안에서 병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요구르트며 음식을 직접 떠먹이는 것은 물론 대소변까지 치워내느라 한시도 아내곁을 떠나지 않던 허씨는 아내의 증세가 심해진 후부터 “이제 살 만큼 살았다”며 “할멈이 가면 나도 따라 가련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5일 미장일을 하는 아들과 미싱공인 며느리가 평소처럼 일터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허씨는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며 “살 만큼 살고 둘이서 같이 세상을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유서와 함께 장례비 250만원을 남기고 아내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자신도 방안 옷장에 철사로 목을 매 자살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6일 “허씨 부부가 불황으로 어려운 자식살림에 부담이 되기 싫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화사회에 접어 들어 노인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동권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