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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뉴스메이커 "[르포]일본은 재활, 한국은 보호 초점"
관리자
2004-12-18 오전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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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일본은 재활, 한국은 보호 초점" 
 
[뉴스메이커 2004-12-10 16:12]  
 
 

국내 노인복지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 20여명이 지난 11월 23일부터 27일까지 4박5일간 일본의 노인복지 시설에서 연수했다. 이들은 일본에서는 노인복지 시스템과 복지시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웠다. 이번 연수는 평소 기업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아 이뤄진 것이다.

노인복지에 관한 한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현재 일본은 이미 1970년대에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7%를 넘는 사회)에 들어섰으며 지금은 고령사회(노인인구비중이 14%를 넘는 사회)에 있다. 초고령 사회(노인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사회) 진입도 그렇게 멀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 만큼 일본은 일찍부터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이미 2000년에 노인인구 비중이 7.2%에 달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다. 수치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중이 7%에서 14%로 가는 데는 불과 19년밖에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2019년이면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계산이다. 세계 기록인 일본의 24년보다 5년이나 빠른 셈이다. 더욱이 초고령 사회로 가는 데는 7년 정도가 예상돼 일본보다 더욱 심각하다.


고령화 사회는 우선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면서 생산율과 경제성장률이 저하하고 저축률리 하락하며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연금 수급자가 계속 늘어남으로써 의료-복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9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 사회

또 간과할수 없는 것은 노인복지다.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 그럴 능력이 없으며 자칫 치매나 큰병에 걸리는 날에는 본인은 물론 부양자들도 앞날이 캄캄해지게 마련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중증 노인환자는 자식들도 외면하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사회마저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단법인 노인복지시설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양로-요양-전문요양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노인복지시설은 408개소(2004년 13월 현재). 앞으로 턱없이 부족해질 게 뻔하다. 복지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이 열악한 환경에도 성심성의껏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노인인구가 늘어날수록 일이 쉽지 않을 것은 불문가지다. 전문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이번 4박5일간의 이본 연수는 주로 현장 실무자들의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연수팀은 일본 기타큐슈 시에 있는 니시노 병원과 오이타 현에 있는 오이타사회복지간호연수센터를 방문했다. 연수에 참가한 사람 대부분은 일본의 앞선 시설과 장비에 감탄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개호(介護)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40~64세의 국민 중 보험료를 지불한 사람이 65세 이상이 되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건강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겨 집에서 간호-간병을 받거나 시설에 입소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피보험자는 비용의 10%만 지불하면 된다.


보험수가와 판정, 이를 부담하는 국민들의 불만, 제도를 악용하는 사태 드으로 개호보험제도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적잖은 불만에 있지만 노인복지, 특히 자식들도 기피하는 중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에게는 최고의 복지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모델로 삼아 '노인요양보험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본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 때문에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국민 연금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언제 도입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설사 노인요양보험제도를 기약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첨단 시설과 노인문제를 생각하는 마음 등 일본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연수팀은 오이타사회복지간호센터에서 휠체어 운전법, 중증 노인환자의 체위교환법 등을 현지 전문간호사들에게 배웠으며 눈이 어둡고 몸이 불편한 고령자 체험도 해보았다. 연수팀은 전원 진지한 표정으로 전문간호사들의 강의를 들었으며 열심히 실습에 참여했다.


일본 65세 이상 의료서비스제 도입

복지시설의 노인 정책을 볼 때 일본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은 재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노인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증환자의 경우 그 사람이 한쪽 손이라도 쓸 수 있다면 일본의 시설 종사자들은 그 손을 움직여 가능하면 혼자 힘으로 몸 전체를 움직이는 방법을 찾아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시설 종사자들은 노인들이 힘이 남아 있는 한쪽 손을 애써 움직이는 게 너무 안쓰러워 그 손마저 편안하게 해준다. 이는 얼핏 인정이 넘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잔존능력마저 퇴화시키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연수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시설이 전혀 없다. 비정기저으로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한꺼번에 교육을 받는 정도일 뿐이다. (사)한국노인복지시설 협회 임재옥 과장은 "우리나라도 이런 교육장을 건설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의 예광치매전문요양원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외숙씨(40-여)는 "어떤 외부환경보다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뜨거운 열정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고 시간이 가면서 기술도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며 지금은 나 자신이 먼저 노인복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노인복지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문제는 국민의식이다. 이번 연수팀을 이끈 나사렛대학 사회복지학부 김혜경 교수는 "생활지도원-사회복지사 등의 자질 향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408개소의 노인복지시설로는 앞으로 닥칠 고령 사회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복지시설이 절실하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자기가 사는 지역에 복지시설이 들어서려 하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기 일쑤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자세를 버리고 이제 모든 국민이 노인복지에 협심해야 할 때다. 그것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월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


벳푸(일본)|임형도 기자 I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