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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폐막작-내어머니의 연대기
관리자
2011-10-14 오전 11: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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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며 부와 명예를 얻은 중년의 작가 코사쿠 이가미(야쿠쇼 코지)는 고향을 그리 아름답게만 기억하지는 않는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며 부와 명예를 얻은 중년의 작가 코사쿠 이가미(야쿠쇼 코지)는 고향을 그리 아름답게만 기억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정부(情婦)인 ''''고방 할미'''' 손에 맡겨져 8년간 부모와 떨어져 자랐기 때문이다. 코사쿠는 아버지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어머니(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가슴 한구석에 미워하는 마음까지 갖고 있다.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서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작으로 선정된 일본영화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이런 어머니와 아들간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영화는 1959년 코사쿠가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는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하며 점점 치매 증세를 보인다.

   코사쿠는 도쿄에서 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여동생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서로 가끔씩 왕래하는데, 코사쿠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떨쳐내지 못해 아픈 어머니를 살갑게 대하지 못한다.

   또 그런 모습과는 반대로 자신의 세 딸들에게는 지나친 집착을 보이며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군림하려 한다.

   코사쿠의 막내딸(미야자키 아오이)은 이런 아버지에게 때로는 반항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아버지와 할머니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시간이 갈수록 치매 증세가 더욱 심해지면서 코사쿠의 어머니는 전등을 들고 아들을 찾아다니는 등 오래전 과거의 기억과 감정으로 돌아간 퇴행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

   코사쿠는 어머니의 뜬금없는 말과 행동에서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계속해서 감정을 절제하던 영화가 단 한 번 폭발하는 부분은 코사쿠 본인도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습작 시를 어머니가 읊는 장면이다.

   오랫동안 꼭꼭 숨겨왔던 두 인물의 감정이 터져나와 맞부딪히며 강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감정의 분출 역시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스크린을 넘어와 보는 이의 가슴 속을 뚫고 들어온다.

   결말에 다가가면서 영화는 어머니가 왜 아들을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는지를 드러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끈다.

   평생 어머니를 원망하다가 떠나보내는 아들의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울림이 더 크다.

   10여년의 시간 동안 서서히 변화하는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차분하게 좇아가는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 없고 강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도 않아 밋밋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 남는 여운은 꽤 강하다.
일본에서 개성 있는 작품으로 유명한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고향 누마즈를 배경으로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영상들을 빚어냈다.

   일본의 ''''국민 배우''''로 불리는 야쿠쇼 코지와 어머니 역의 연기파 배우 키키 키린 등 배우들의 호연도 빛난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