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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는 늙은 벌, 뇌도 덩달아 '회춘'
관리자
2012-07-05 오전 9: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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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벌에 유충 돌보는 임무 맡기자 뇌 학습능력 · 치매예방 단백질 향상

   
- ''사회적 개입''의 치매완화 효과 증명
-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 학술 발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와 노르웨이 생명과학대 과학자들이 먹이찾기가 주 임무인 늙은 벌들에게 육아 임무를 맡기자 이들의 뇌 기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고 3일(현지시간)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노인성 치매 치료에 관한 연구가 약물 개발에 집중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적 개입''이 치매 치료나 완화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 애덤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이전 연구를 통해 우리는 벌들이 집안에 머물면서 유충을 돌볼 때는 정신적으로 매우 활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임무를 어린 벌들에게 물려주고 먹이를 찾으러 나갈 시기가 되면 빠르게 노화현상을 보인다. 특히 단지 2주일 후에 이들의 날개는 힘을 잃기 시작하고 몸에서는 털이 빠진다. 무엇보다 이때부터 뇌기능이 급격하게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애덤 교수팀은 늙은 벌이 새로운 일을 배우는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뇌 기능을 측정했다. 임무의 변화에 따른 노화의 패턴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늙은 벌들에게 유충을 맡기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보통 일벌은 성충이 된 뒤 3~4주간 벌집과 유충을 돌보는 임무를 맡는다. 이 기간이 지나면 먹이를 찾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연구진은 벌집에 여왕과 유충만 남기고 젊은 유모 벌들을 모두 내보냈다. 대신 먹이 활동을 하던 늙은 벌들에게 유모 역할을 부여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오히려 활동이 줄었다.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늙은 벌 중 일부는 다시 먹이를 찾아 나섰고, 나머지는 벌집과 유충을 계속 돌봤다. 10일 후 연구진은 육아를 맡은 늙은 벌들 가운데 50%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이 현저히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뇌에서 학습 능력만 향상된 것이 아니라 단백질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찾아냈다.

뇌 기능이 향상된 벌의 뇌와 그렇지 않은 벌의 뇌를 비교했을 때 이들의 뇌에서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눈에 띄게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사람의 치매에도 예방 기능이 있는 Prx6라는 단백질이고 다른 하나는 뇌 등 신체 조직이 세포 수준의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다른 단백질의 손상을 막아주는 이른바 ''샤프론'' 단백질이다.

애덤 교수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뇌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는 약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본적인 연구와 실험에 3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뇌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환경에 대처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사회적 개입은 지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벌의 뇌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분자 수준의 변화가 사람에게도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 등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노인학(Experimental Geront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기사출처 : 국제신문/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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